단풍소식이 북녘에서 들려오나 했더니 어느새 울긋불긋한 낙엽들이 거리에 나뒹굴고 담배 피며 바라본 남산의 단풍이 오늘따라 고와 보인다.
[11월의 첫 휴일인 2일 오후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남산 자락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오늘 아침에는 셔틀버스에 올랐더니 운전병이 히터를 틀어준다. 한 달 전만 해도 출발할 때 냉방을 해주던 생각을 하면 불과 며칠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계절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긴 요즈음은 봄과 가을은 없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예전에 교과서에서 나오던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뚜렷한 사계절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얘기들도 있긴 한데 그래도 계절은, 그리고 세월은 너무 빠르다.
어제 저녁에는 맥주 몇 잔을 하고 귀가를 하다가 초등학교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런데 연말모임은 언제 할 거냐고 묻는다. 내가 초등학교 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그렇게 묻는 거겠지. 그런데 늦봄에 정기모임을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모임의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요즘들어 시계와 달력이 알려주는 물리적인 시간은 내 머리속에 있는 시간을 추월하여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20대에는 시속 20Km, 30에에는 30Km, 40대에는 40Km로 세월의 흐름이 가속화된다는 하는 어떤 글의 의미가 새삼 더 골을 때린다.
올해 나는 무엇을 이루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벌써 걱정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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