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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3

무궁화호, 그 늠름한 노장군의 위엄. 설날 찾아뵙지 못한 장인장모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처와 작은 딸아이를 데리고 처가가 있는 옥천으로 간다. 집 근처의 안양역에서 전철을 타고 수원역으로 가서 그 곳에서 무궁화호 열차로 갈아탔다. KTX가 쌩쌩 달리는 경부선이지만 옥천은 그 중에서 작은 역이라 정차하는 열차가 많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무궁화호를 예매했다. 10 여 분을 기다리니 멀리서 기적소리 한번, 그리고 귀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굉음을 울리며 육중한 무궁화호 열차가 플래폼으로 들어왔다. 하늘을 날아갈 듯 가벼운 색깔과 날렵한 몸매의 KTX에 비하여, 원색에 가까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치장하고 다소 뭉툭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마치 철로의 지배자처럼 당당한 위용과 묵직한 소리를 내며 플래폼을 들어오는 모습은 감히 KTX 따위가 비할 바가 아.. 2017. 2. 4.
[일상]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의미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내가 들인 시간이다."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작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소소한 행복감을나에게 되돌려 준다. 사무실 앞 공터에 있는 주차장에서 누군가 양동이에 물을 받아 놓고 걸레를 적셔서 차를 닦고 있다. 세차장에 가면 가벼운 비용으로도 반질반질하게 만들 수 있는 걸 가지고 저렇게도 할 일이 없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애마에 대한 사랑과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2000년대 초 영국 유학 시절이 생각난다. 4000파운드를 주고 영국 합참대학에 유학왔던 이집트인 장교에게서 5살짜리 중고 폭스바겐 PASSAT2.0을 샀다. 90년대 초에 면허증을 따긴 했지만 그동안 차를 몰아본 적도, 차를 소유한 적도 없.. 2016. 12. 4.
[일상사] 까치의 생김새에 대한 나의 환상 손님을 불러오는 길조이면서 검은색과 흰색을 세련된 몸치장에 날렵한 꼬리를 가졌기에 주둥이도 작고 얄상할 줄 알았던 까치. 오늘 죽은 쥐를 먹고 있는 까치를 보면서 나의 환상이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어린 시절에 까치나 까마귀는 참새와 함께 흔하디 흔한 새였다. 까치는 길조로 여겨 졌는데, 까치울음소리가 나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에 따라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 위에서 까치 울음소리가 들리면 밤재 위의 고양이바위께를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놀려다보곤 했다. 반면에 까마귀는 그 새까만 빛깔때문인지 흉조로 여겨져서 집앞의 감나무 위에서 까마귀라도 까악까악 우는 날이면 아버지는 근심어린 얼굴로 "저놈의 까마귀, 저놈의 까마귀" 하면서 에퇴퇴 하고 침을 뱉곤 하셨다. 근래 들어서 고향에 가도 까마귀는 거의 찾아보.. 2011.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