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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081226 볼리비아의 여성레슬러, 촐리타레슬링에 관한 TV프로그램을 보면서

by 무딘펜 2008. 12. 27.


MBC의 금요일밤 프로그램 'W'에서 다룬 촐리타레슬러(스포츠조선의 기사 참조)의 얘기는 나름대로 남성위주의 사회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레슬링이라는 종목, 특히 돈을 받고 보여주는 직업적 스포츠인 프로레슬링이라는 종목이 그러하듯이 왠지 '쑈'를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진정으로 여성해방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진정한 문제의 해결을 묻어둔 채 오히려 문제를 오락화, 도구화한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었다.

장면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레슬링과 마찬가지로 촐리타레슬링도 미리 연출된대로 남성레슬러가 연습한 대로 힘 한번 못쓰고 빵빵 나가떨어진다는 것을...



솔직히 얘기해보자. 여성들이 다른 면에서 남성보다 우월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백번 인정해도 레슬링과 같은 종목에서 일대일로 붙어서는 거의 승산이 별로 없다는 점... 누가 부인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W'에서 보여준 촐리타레슬링은 정치학에서 말하는 3S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대중들의 진정한 정치참여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지배권력의 대표적인 수단인 Sex, Screen, Sports.

결국 내가 TV를 보면서 느낌 점은 촐리타레슬링은 볼리비아 사회에서 만연한 가부장적 모순, 특히 가정폭력을 근본적으로 파헤쳐서 고치기 보다는 일시적인 감정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다.(만약 그렇게라도 풀어주지 않으면 더 폭발할 수 밖에 없는 불만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 정도...)

우리의 정치상화도 마찬가지. 갈등이 있는 경우에 일부를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의 감정을 풀어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지금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강만수 장관을 해임한다면...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책임을 한 사람에게 덮어씌워서 그를 일선에서 후퇴시키되 정책은 지금 그대로를 유지한다면...(그렇다고 해서 내가 강만수 장관을 유임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임.)

촐리타레슬링도 똑같다. 지나치게 마초적인 사회분위기와 문화를 바꾸어야지 쇼를 동원하여 마치 그런 성향의 남성들을 매다꼽는 것을 보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이 희희락락한다면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밖에...

하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예 생각도 못할 사회분위기에서 그 정도의 감정풀이조차도 못해준다면 그것도 또한 문제일 수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아쉽다. 조금 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는 프로그램이 되었다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