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중요한 학교행사는 졸업식이었지. 매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이 2월 중순 경에 졸업식을 했었는데 아마 추운 날씨 탓에 전교생이 모이지 않고 4학년 이상만 모여서 교실에서 거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교육감상, 교육장상, 육성회장상, 하다못해 우체국장상을 비롯한 우등상과 6년 개근상, 정근상 등을 옥편이나 사전류의 상품과 함께 수여를 했었지.(나는 구인사 종정스님상도 받았단다... ㅎㅎㅎ)
이어서 5학년 후배 중 한명이 대표로 송사를 읽기 시작하면 점점 실내는 흐느낌이 시작되었고, 졸업생 대표가 답사를 읽을 때 쯤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마지막으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와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면 누구나 찔끔 한 방울씩은 눈물을 흘렸으리라.
졸업식의 대표적이 상징이 꽃다발이었는데, 지금의 생화선물과는 사뭇 달랐지. 운동장 주변에 자라는 측백나무를 꺾어 동그랗게 휜 뒤에 그곳에 색색의 습자지로 만든 종이꽃을 달아서 목에 걸어주곤 했지. 나중에는 직접 만든 것 보다 파는 물건을 사서 걸어준 것으로 기억이 된다만...
졸업식과 관련하여 아직도 약간 쓰린 추억 하나가 있다. 솔직히 우리 집은 가난하였잖니? 그래서 내가 졸업식 때 입고 갔던 옷이 그 중 기운 데가 없는 옷을 고르다 보니 얇은 가을 옷이었단다. 그런데 내가 상을 타야할 기회도 많고 답사도 해야 했으니...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 같은 동네에 사는 5학년 창식이(춘선이 사촌 동생) 잠바를 뺏어서 나에게 걸쳐 주었단다.
지금도 아마 졸업식 장면 중 내가 나오는 사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갈색 가죽잠바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껄. 후후후~~
마지막으로 이건 행사라고 보기에는 뭣하지만 너희들 장학사 오신다는 얘기 들으면 아직도 긴장하냐? 가끔씩 학교운영에 대해 점검을 하러 장학사나 장학관이 다녀갔는데 그 때는 귀한 손님 맞기 위해 이곳 쓸고 저곳 닦으며 청소에 정신들이 없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장학사는 6급이고 장학관은 5급 정도되는 교육청의 별로 높지 않은(내가 지금 4급 고참이다.) 분들이었는데, 당시에는 왜 그리 높아 보였는지...
그 분들이 오실 땐 꼭 찦차를 타고 학교 뒤편의 신작로를 따라 왔었지. 찦차가 교문을 통과하여 운동장을 가로질러서는 계단 밑에 끽 하고 서면 교장, 교감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 몇 분이 나가셔서 고개를 조아리며 맞으셨었지.
그 분들이 우리들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복도를 돌아다니실 때면 우리는 평소의 장난스런 모습을 감추고 모범생인 것처럼 다소곳이 수업에 열중하였고, 어떤 때는 선생님과 함께 연출된 질문을 주고 받기도 했던 것같다.
일손돕기 행사로 실시하던 모심기나 보리베기, 벼베기행사도 기억에 남는다. 주로 동대리 주변의 일손이 딸리는 노인분들의 논밭에서 실시했었지.
모내기를 할 때면 두 명이 양쪽에서 줄을 잡고 나머지는 한 줄로 늘어서서는 서투르게 모를 꽂곤 했는데 잘못 심어서 모가 수영을 하는 날이면 주인집 아줌마의 타박을 듣고 했었지.
보리베기는 학교 옆의 남국이네 집 뒤편 밭(누구네 건지는 기억없음.)에서 했던 기억이 있고, 벼베기는 조산태미 옆의 논에서 했던 생각이 나는데, 시퍼렇게 날이 선 양낫을 서투르게 다루다가 손을 벤 기억에 갑자기 온 몸에 찌르르한 감각이 파고 든다.
하긴 사실 벼베기보다 메뚜기 잡기에 더 신경쓰는 애들도 있었던 것 같다.
국민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틈틈이 생각나는 사항이 있으면 수정을 하거나 덧붙이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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