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중 아침시간은 거의 분 단위로 계산을 해야할 만큼 바쁘다. 내 게으름때문에 기상시간을 더 당기기는 힘들고, 천지개벽을 해도 6시 30분이 되어야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나서 담배 한 대, 신문을 보며 아침식사, 화장실, 샤워, 옷 갈아입고 출근...
이 모든 동작이 30분 이내에 이루어져야하니 바쁘다 바빠! 대충 차려입고 나서는 내 성격이니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난 보통은 7시에 집을 나선다. 그래야 안양역에서 7시 10분 대에 떠나는 지하철을 타고 8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늦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있거나 신문에 흥미있는 기사가 있어서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버리거나 하면 10분이나 20분까지도 늦는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 저녁에 먹은 샤브샤브가 별로 내게는 안 좋았나 보다. 비싸긴 했는데... 아침에 속이 안좋아 화장실에 앉아서 시간을 끌다보니 20분이나 늦어버렸다. 용산역에 도착해서 보니 8시 10분 셔틀버스가 막 떠난다. 할 수 없이 기다렸다가 8시 20분 차를 탔다. 그런데 나중에 타는 여자분 중에 한분이 내 옆에 앉는다. 그러더니 아는 체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보니 10년 전쯤에 같은 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나랑 동갑이었던가? 셔틀버스가 직장에 도착하기까지 한 10분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녀의 한 마디가 마음을 콕 찌른다.
자신은 거의 20년 동안 기능직으로 단순한 일에만 매달려 살고 있는데 같은 나이인 나는 이런 저런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벌써 팀장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본인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괴감'을 느낀다고. '처음부터 출발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지만'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자괴감! 글쎄 이런 표현이 그녀가 얘기하고픈 의미에 적합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나이의 나와 비교하여 본인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일 게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나 역시도 거의 20년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그냥 공무원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별로 튀지 않고 내게 맡겨진 일을 공무원틱하게 처리를 하면서 살아왔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내 현재의 위치가 부러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 성격상 특별히 나에 대해서 유세한 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하긴 나도 가끔 내 나이 대의 사람들이 나보다 형편이나 위치가 낫다 싶으면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느니 이해할 만한 일이겠구나 싶다.
항상 위를 보며 부러워하고, 남과 비교하여 나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내가 옛날 그 시절에 이러저러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며 후회와 함께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러나 어쩌랴? 결국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는 현재 내 주머니에 있는 이 것 뿐인걸. 먼 훗날 지금의 내 처지에 대해서 또 다시 후회하기 전에 지금 내가 가진 것이라도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할 수 밖에는.../끝.
'1.. 백수의 일상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1105 서울시내에 붉은 악어가 나타났다. (0) | 2008.11.06 |
---|---|
081105 내가 가진 양주 한병 - 글렌피딕 21년산 (0) | 2008.11.05 |
081105 혹시 내가 알코올 중독? (0) | 2008.11.05 |
081105 카페관리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비책 (0) | 2008.11.05 |
081105 계절은 쉴 새 없이 흘러가고... (0) | 2008.11.05 |
081029 아름다운 과천의 거리 (0) | 2008.10.31 |
081017 사무실의 화분들 (0) | 2008.10.17 |
081017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공중화장실이 있다니... (0) | 2008.10.17 |
081015 나두 파파라치? - 이분들은 무슨 일로 만났을까? (0) | 2008.10.15 |
081007 돈으로 독자를 사나? (0) | 200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