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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일상사] 까치의 생김새에 대한 나의 환상

by 무딘펜 2011. 8. 17.
손님을 불러오는 길조이면서 검은색과 흰색을 세련된 몸치장에 날렵한 꼬리를 가졌기에 주둥이도 작고 얄상할 줄 알았던 까치. 오늘 죽은 쥐를 먹고 있는 까치를 보면서 나의 환상이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 안양천에서 죽은 쥐를 먹고 있는 까치

어린 시절에 까치나 까마귀는 참새와 함께 흔하디 흔한 새였다. 까치는 길조로 여겨 졌는데, 까치울음소리가 나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에 따라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 위에서 까치 울음소리가 들리면 밤재 위의 고양이바위께를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놀려다보곤 했다. 

   반면에 까마귀는 그 새까만 빛깔때문인지 흉조로 여겨져서 집앞의 감나무 위에서 까마귀라도 까악까악 우는 날이면 아버지는 근심어린 얼굴로 "저놈의 까마귀, 저놈의 까마귀" 하면서 에퇴퇴 하고 침을 뱉곤 하셨다. 

   근래 들어서 고향에 가도 까마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농약때문이라는 둥 몸에 좋다는 소문때문에 희생되어서 그렇다는 둥 말들이 많은데 아직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까치들은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으면서 손님도 아닌 쓸쓸한 귀향객인 나를 맞아주니 대부분 서울로 떠난 텅빈 동네를 그나마 지켜주는 충직한 새로도 나에게는 인식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약간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게 되었다. 퇴근 길에 안양천을 따라서 오고 있는데 까치 한 마리가 무언가를 열심히 파먹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죽은 쥐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무척 놀랐다. 나는 까마귀는 육식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까치는 쬐끄만 벌레 정도나 잡아먹고 주로 초식을 하는 깔끔한 새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은 쥐를 파먹다니!!!

   더구나 까치의 주둠이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얄상한 모양이 아니고 거의 까마귀나 마찬가지로 뭉툭하고 약간 징그럽게 생긴 게 아닌가. 덩치가 큰 까마귀는 어린아이 정도는 우습게 알아서인지 가까이 접근을 해도 날아가지 않았었기에 그 모양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까치는 겁이 많아서 가까이 볼 기회가 없었고 그냥 '길조'니까 부리를 비롯한 얼굴도 이쁘게 생겼을 것이려니 했는데 오늘 내 반평생간 쌓아온 까치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확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본 녀석이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그 녀석은 정상이었다.

   사실 그동안 까치한테 속아서(?) 살아왔다는 생각에 약간 분한 마음을 가지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에게까지도 나는 얼마나 많은 선입견과 부정확한 인식을 갖고 살고 있는지 깨달은 저녁이었다.


<'까치'에 대한 백과사전 검색결과>

15세기의 문헌에는 ‘가치’로 표기되었다. 한자어로 작()이라 하며 희작()·신녀()라고도 하였다. 몸길이 45cm, 날개길이 19∼22cm 정도로 까마귀보다 조금 작은데, 꽁지가 길어서 26cm에 이른다. 어깨와 배·허리는 흰색이고 머리에서 등까지는 금속성 광택이 나는 검정색이다. 암수 같은 빛깔이다. 둥지를 중심으로 한곳에서 사는 텃새로서, 둥지는 마을 근처 큰 나무 위에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1m의 공 모양으로 짓고 옆쪽에 출입구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둥지는 해마다 같은 것을 수리해서 쓰기 때문에 점점 커진다. 봄에 갈색 얼룩이 있는 연한 녹색 알을 5~6개 낳는다. 식성은 잡식성이어서 쥐 따위의 작은 동물을 비롯하여 곤충·나무열매·곡물·감자·고구마 등을 닥치는 대로 먹는다. 나무의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이기도 하다. 유라시아 중위도 지대와 북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서부 등지에 분포한다.

신화, 민속, 상징
삼국유사》에는 계림의 동쪽 아진포에서 까치소리를 듣고 배에 실려온 궤를 얻게 되어 열어 보았더니 잘생긴 사내아기가 있었는데, 훗날의 탈해왕이 되었다는 석탈해신화가 실려 있다. 이로 인하여 까치는 귀한 인물이나 손님의 출현을 알리는 새로 여겨지게 되었다.

동국세시기》에는 설날 새벽에 가장 먼저 까치소리를 들으면 그 해에는 운수대통이라 하여 길조로 여겨왔다. 불교에서는 보양()이 절을 지으려고 북령에 올라갔다가 까치가 땅을 쪼고 있는 것을 보고 그곳을 파 보았더니 해묵은 벽돌이 나왔는데 이 벽돌을 모아 절을 세우고 작갑사()라 하였다는 설화가 전한다. 이 설화에서 까치는 부처의 뜻을 전하는 행운을 상징한다.

민간 세시풍속에 칠월칠석날 까치가 하늘로 올라가 견우직녀의 만남을 돕고자 오작교()를 놓는다는 전설에서는 성실한 사람을 돕는 선행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유난히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을 “아침 까치 같다” 하고, 허풍을 잘 떨고 흰소리 잘 하는 사람을 “까치 뱃바닥 같다”고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