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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회양목꽃

by 무딘펜 2016. 3. 25.

  봄에 일찍 피는 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게 노오란 산수유입니다. 이러서 매화가 아직 쌀쌀한 날씨를 무릅쓰고 용기내어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지요. 봄에 일찍 피는 꽃들은 대부분 꽃잎이 아주 작습니다. 아마도 커다란 꽃잎을 키워내기에는 아직 햇살이 더 무르익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산수유나 매화보다도 일찍 그 작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도로가나 정원의 경계지대에 휘둘러 심어두는 회양목인데요. 어디에서나 주인공으로는 얼굴을 내미는 법도 없고, 사계절 내내 푸른 빛깔을 유지하는데다가 꽃조차도 이파리 색깔과 비슷하게 푸르스름해서 아무도 봄에 일찍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라주지요.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피어났는데 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꽃이 섭섭해 할 것 같아서 제가 살짝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참고로 회양목은 그리이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 주기 위해서 불쏘시개로 사용했던 나무입니다. 주목과 함께 성장속도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나이테가 촘촘하고 목질이 단단해서 옛날에 나무도장을 주로 사용할 때 도장목으로 이 나무를 많이 사용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 교정에도 몇 십년된 회양목이 반듯하게 심어져서 방문하시는 분들의 찬탄을 불러 일으키곤 했는데, 아직 어디에서도 그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회양목 화단을 본 적이 없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언젠가 한번 방문해서 살펴보고 싶습니다.

  자, 앞으로 봄이 되면 길가에 심어진 회양목에, 그리고 어렵사리 피어낸 작고 소박한 회양목 꽃에 관심을 가져 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