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속지 마세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책 정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 3. 5
♣ 쪽수 : 337
♣ 구매 : 2017. 8. 1 / 국방부 독서통신
♣ 읽음 ① 2017. 8. 8 ② 2017. 8. 28
[책 소개]
KAIST 전기전자과 교수이고,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가 본인이 읽은 책들에 대하여 간단한 인상을 쓴 책이다. (저자의 전공인 뇌과학과 그의 소속인 전기전자과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6부로 나누어 지고 총 32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문 내용은 2~3페이지로 간단하고, 관련된 그림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어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간다.
각 部별 제목을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1부 : 삶의 가치를 고민하라
2부 : 더 깊은 근원으로 돌아가라
3부 :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라
4부 : 과거에서 미래를 구하라
5부 :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라
6부 : 더 큰 질문을 던져라.
[읽고나서]
책 표지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네덜란드 작가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이다. 끝없는 질문과 탐구를 통해 한 발씩 나아가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지식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제가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출판사의 '지나친 상술'로 여겨진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듯이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한 책들에 대한 호기심.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쓴 책일 뿐이다. 또 한가지 과장을 지적하자면 책 뒷표지에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 면에서는 이런 부분이 전혀 - 한 발짝 양보해서 거의 -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출판사에서는 뇌과학자가 인문학 관련 책들을 주로 소개하는 것이니 그런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싶다.
내용은 차치하고 책 디자인은 멋을 부리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단은 章별로 구분하기 위한 연두색 간지가 지나치게 지면을 많이 잡아 먹는다. 간지는 해당 장의 소제목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도 있고, 그 간지의 여백에는 본문과 관련된 사진이나 본문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실어두기도 했다. 그래서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페이지 넘김이 무척 쉬워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본문 내용이 2~3페이지인데 중간에 간지나 부수적인 내용이 7페이지 씩이나 붙어 있으니...
또 한 가지 문제는 중간 중간에 삽입된 그림이다. 물론 흑백인데, 세련된 보이기 위한 노력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의 일부를 연두색 배경으로 겹쳐 놓아서 보기에 매우 불편하다.
각 章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전채요리 같은 것으로 책의 소개에 앞서서 책의 내용과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책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그 책의 소개가 나오고 이어서 같은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은 제목들만 소개되는 형식이다.
책을 소개하는 부분은 최대한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가 보기에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언급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런 부분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Spoiling'없이 - 살짝 감질나게 하면서 -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어 저자의 말대로 독자를 "유혹"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서 내가 구매한 책이 세권이다. 먼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인데, 사실 대학 다닐 때 읽어 보긴 했으나 지금은 내용이 가물가물한 나에게 저자의 다음 표현이 결정적이었다.
"<장미의 이름>은 사실 소설책이 아니다. 소설인 척하는 철학책이다. 에코는 철학책을 소설책이라고 착각하고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즐거웠을까?"
두번째 책은 아자 가트의 <전쟁과 문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북핵 위협, 중국의 헤게모니, 다시 부활하고 있는 군국주의 일본의 틈새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우리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책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국방장관, 기자, 장군 등에게 이 책을 한 권씩 주고 강제로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라고 썼다. 이 정도의 유혹 수위면 - 전쟁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 나 역시도 넘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 책은 중국 최고의 SF 작가라는 류츠신의 <삼체>라는 소설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극찬했다는 소설이라는데, 사회주의 중국에서 SF물이, 더구나 세계적인 작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데다가, "400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인류를 그리는 중국 작가 앞에서, 나는 언제나 코앞에 보이는 문제만 걱정하며 사는 대한민국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는 저자의 코멘트가 나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역시 구매 목록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근래에 책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주변에 서점들이 많이 문을 닫으면서 눈으로 보면서 책을 고르기 힘든 여건이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책들을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구매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택배로 도착한 책을 읽다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과 감상을 전달해 주는 책들에 눈길이 많이 가게 되나 보다.
사실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고른 것이다. 저자가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줄 알았다. 그래서 사실 책을 펴들고 한동안은 당황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나름대로 다른 이의 독서법에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하여 좋은 책을 몇 가지 소개 받은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소개한 도서 중에는 국내에 미출간된 것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목차와 인상적 구절]
"성서에서 신은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명령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신은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산파역할을 할 뿐이다."
서울대 배철현 종교학 교수의 책인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소개하는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간과 신에 대하여 고민하고 질문하기보다 남들이 생각한 바에 기대어 그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그 말에 담겨져 있는 심오한 진리를 파헤치려는 불면의 시간보다는, 천국에 대한 덧없는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사람들에게 울려주는 경종이다.
이 구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학문 세태에 대한 아주 아픈 비판을 곁들였는데,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궁금증이 메말라 버린 나의 생활 태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글로 읽혔다.
"대한민국 학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 우리는 여전히 남들이 다 하고 남은 '설거지' 연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문들 보다는 남들이 이미 다 풀어 본 교과서적인 문제들, 그 누구도 보지못한 새로운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남들이 이미 다 보고 깔끔하게 앨범에 정리한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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