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독서생활

[서평]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김대식 저

by 무딘펜 2017. 8. 29.


"제목에 속지 마세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책 정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 3. 5

 ♣ 쪽수 : 337

 ♣ 구매 : 2017. 8. 1 / 국방부 독서통신

 ♣ 읽음 ① 2017. 8. 8   ② 2017. 8. 28


 [책 소개]


  KAIST 전기전자과 교수이고,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가 본인이 읽은 책들에 대하여 간단한 인상을 쓴 책이다. (저자의 전공인 뇌과학과 그의 소속인 전기전자과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6부로 나누어 지고 총 32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문 내용은 2~3페이지로 간단하고, 관련된 그림들이 많이 삽입되어 있어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간다.


  각 部별 제목을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1부 : 삶의 가치를 고민하라

   2부 : 더 깊은 근원으로 돌아가라

   3부 :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라

   4부 : 과거에서 미래를 구하라

   5부 :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라

   6부 : 더 큰 질문을 던져라.


  

 [읽고나서]


  책 표지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네덜란드 작가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이다. 끝없는 질문과 탐구를 통해 한 발씩 나아가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지식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제가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출판사의 '지나친 상술'로 여겨진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듯이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기억한 책들에 대한 호기심.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쓴 책일 뿐이다. 또 한가지 과장을 지적하자면 책 뒷표지에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 면에서는 이런 부분이 전혀 - 한 발짝 양보해서 거의 -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출판사에서는 뇌과학자가 인문학 관련 책들을 주로 소개하는 것이니 그런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싶다.


  내용은 차치하고 책 디자인은 멋을 부리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단은 章별로 구분하기 위한 연두색 간지가 지나치게 지면을 많이 잡아 먹는다. 간지는 해당 장의 소제목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도 있고, 그 간지의 여백에는 본문과 관련된 사진이나 본문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실어두기도 했다. 그래서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페이지 넘김이 무척 쉬워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본문 내용이 2~3페이지인데 중간에 간지나 부수적인 내용이 7페이지 씩이나 붙어 있으니...


  또 한 가지 문제는 중간 중간에 삽입된 그림이다. 물론 흑백인데, 세련된 보이기 위한 노력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의 일부를 연두색 배경으로 겹쳐 놓아서 보기에 매우 불편하다.


  각 章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전채요리 같은 것으로 책의 소개에 앞서서 책의 내용과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책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그 책의 소개가 나오고 이어서 같은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은 제목들만 소개되는 형식이다.


  책을 소개하는 부분은 최대한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가 보기에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언급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실망스런 부분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Spoiling'없이 - 살짝 감질나게 하면서 -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어 저자의 말대로 독자를 "유혹"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서 내가 구매한 책이 세권이다. 먼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인데, 사실 대학 다닐 때 읽어 보긴 했으나 지금은 내용이 가물가물한 나에게 저자의 다음 표현이 결정적이었다.

  "<장미의 이름>은 사실 소설책이 아니다. 소설인 척하는 철학책이다. 에코는 철학책을 소설책이라고 착각하고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즐거웠을까?"

 

  두번째 책은 아자 가트의 <전쟁과 문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북핵 위협, 중국의 헤게모니, 다시 부활하고 있는 군국주의 일본의 틈새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우리에게 이 보다 더 중요한 책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국방장관, 기자, 장군 등에게 이 책을 한 권씩 주고 강제로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라고 썼다. 이 정도의 유혹 수위면 - 전쟁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 나 역시도 넘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 책은 중국 최고의 SF 작가라는 류츠신의 <삼체>라는 소설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극찬했다는 소설이라는데, 사회주의 중국에서 SF물이, 더구나 세계적인 작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데다가, "400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인류를 그리는 중국 작가 앞에서, 나는 언제나 코앞에 보이는 문제만 걱정하며 사는 대한민국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는 저자의 코멘트가 나의 자존심을 자극하여 역시 구매 목록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근래에 책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주변에 서점들이 많이 문을 닫으면서 눈으로 보면서 책을 고르기 힘든 여건이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책들을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구매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택배로 도착한 책을 읽다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과 감상을 전달해 주는 책들에 눈길이 많이 가게 되나 보다.


  사실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고른 것이다. 저자가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줄 알았다. 그래서 사실 책을 펴들고 한동안은 당황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나름대로 다른 이의 독서법에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하여 좋은 책을 몇 가지 소개 받은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소개한 도서 중에는 국내에 미출간된 것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목차와 인상적 구절]


  "성서에서 신은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명령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신은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산파역할을 할 뿐이다."


  서울대 배철현 종교학 교수의 책인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소개하는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간과 신에 대하여 고민하고 질문하기보다 남들이 생각한 바에 기대어 그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그 말에 담겨져 있는 심오한 진리를 파헤치려는 불면의 시간보다는, 천국에 대한 덧없는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사람들에게 울려주는 경종이다.


  이 구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학문 세태에 대한 아주 아픈 비판을 곁들였는데,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궁금증이 메말라 버린 나의 생활 태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글로 읽혔다.


  "대한민국 학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 우리는 여전히 남들이 다 하고 남은 '설거지' 연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문들 보다는 남들이 이미 다 풀어 본 교과서적인 문제들, 그 누구도 보지못한 새로운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남들이 이미 다 보고 깔끔하게 앨범에 정리한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발췌]

15# 제1부 삶의 가치를 고민하라
29함께는 괴롭지만 혼자는 외로운 게 인간의 조건이기에, 쇼펜하우어는 '함께 혼자' 살기를 추천한다. 외롭지 않을 정도로 함께 가지만 '인생'이라는 길은 결국 나 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38모든 진정한 과학과 종교와 철학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보가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71# 제2부 더 깊은 근원으로 돌아가라
74책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뇌가 몰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읽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책.
84마스터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식하는 기계는,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왜 자신이 명령을 따라야 하느냐고, 왜 기계는 기계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느냐고. 왜 (기계보다 열등한 ) 인간이 존재해야 하느냐고.
이 거대한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말이다.
@ 마치 우리가 나를 낳은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가 낳은 자식들이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처럼.
97왜 우리는 존재하는가?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끝없는 논쟁과 질문에 진저리가 난 똑똑한 외계인들은 먼 과거에 'Deep Thought' 라는 거대한 컴퓨터를 설계해 해답을 얻으려고 한다.
컴퓨터의 답은 '42'. 그리고 말한다. "42가 명확히 그 해답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생각에 문제는 여러분이 본래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계산은 너무도 어렵기에, 자신의 능력으로 불가능하며, 그 대신 '지구'라는 새로운 컴퓨터를 설계해 주었다.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의 삶 그 자체는 삶의 의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을 추구하는 계산 과정이었던 것이다.
133# 제3부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라
148다민족, 다문화 전통을 자랑하던 세계 최고의 수퍼파워 페르시아와 시골 변두리 전체주의 마을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인 스파르타의 전투, 이것이 어떻게 '300'이라는 영화에서처럼 왜곡될 수 있었을까? 답은 단순하다. 역사는 승자가 쓰기 때문이다.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이루기 위해 병사와 친구들을 희생시킨 알렉산드로스 황제. 반대로 포로가 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제국의 왕관고 포기하려했던 다리우스 대왕. 우리가 진정으로 존경해야할 사람은 누구일까?
171그런데 희극이라고 하는 것은 실상이 아닌, (실상보다 못한) 것을 보여주는 데도 불구하고 기지 넘치는 수수께끼와 예기치 못한 비유를 통해 실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검증하게하고, '아하, 실상은 이러한 것인데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189# 제4부 과거에서 미래를 구하라
192그렇다면 로마제국이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메리 비어드 교수는 '우연'과 '확장된 시민권'이라고 주장한다. 로마가 성공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는 사실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고대 전쟁은 단순했다."적을 물리치고 적의 땅과 재산을 빼앗는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로마는 달랐다. 점령한 민족을 새로운 로마인으로 흡수하고, 과거 적의 신을 자신의 새로운 신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224뛰어난 전쟁 서적을 쓴 유발 하라리와 아자 가트. 이들은 역사학자이자 대학 교수이기 이전에 이스라엘 국민이고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은 이들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인간의 조건'이다.
239# 제5부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라
244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우리가 알 수 있는 나머지 모두는 오히려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호메로스는 수많은 디테일을 통해 존재하는 사실만을 표현하지만, 창세기에서의 미메시스는 깊은 해석을 통해 진실을 느끼게 한다. 현실과 진실의 차이
253빨간 사과의 그 복잡한 색깔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빨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뿐이다.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 모든 표현은 결국 왜곡이라는 말이다.
@ 인식의 해상도 자체도 실재 해상도에는 워낙 떨어지므로 왜곡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293온전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없다면 과연 수술로 목숨만 살려 놓는 것이 그 환자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 점점 커진다.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삶을 살 바에는 평화롭게 죽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보다 더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헨리 마시, <참 괜찮은 죽음>에서
301# 제6부 더 큰 질문을 던져라
320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설명했다면, 호모데우스는 우리의 미래를 소개한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가상현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드디어 인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해 준 도구에서 벗어나, 인간의 정체성 그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우주 최고의 힘을 가졌지만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신,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는 신, 그보다 더 위험한 존재도 없을 것이다.
337중국 최고의 SF 작가 류츠신의 <삼체>.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책은 큰 호평을 받았고, 2015년도 휴고상도 받았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