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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서생활

♣ "글쓰기는 논증이다" -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by 무딘펜 2018. 7. 22.
"글쓰기를 문학작품과 혼동하지 마라. 우리에게 필요한 실용적 글쓰기는 고상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나의 주장과 그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논증'으로 이루어진다."

1. (책 소개)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탁석산씨가 지은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은 5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쓰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1권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와, 시리즈의 본체인 2권 <핵심은 논증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활용방법을 보여주는 3권 <논술은 논술이 아니다>, 4권 <보고서는 권력관계다>, 5권 <토론은 기싸움이다>로 구성되었다.

이 글은 현민이라는 학생이 기적의 도서관에 찾아가서 여러 멘토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지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형식이다.

일단 딱딱한 설명체보다는 대화체의 문장이 많아 이해가 쉽다. 더불어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소주제별로 요약 정리가 "참'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간 없으면 요약만 읽어도 될 정도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글쓰기에 대한 책들은 주로 기본 소양 쌓기, 피나는 글쓰기 연습, 매끄러운 문장 구사력 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모든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논증'이며, 이는 결론과 그것을 지지하는 전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논증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200년대 초에 유학을 위해 토플시험의 에세이 쓰기를 준비하면서 나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글은 일정한 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2. (글쓰기에 대한 오해)
이 책에서 나의 흥미를 끈 것은 현민이 받은 아래 테스트(1권, 19쪽)이다. 재미삼아 한번 풀어보시기 바란다.

이 테스트의 답은 주인공과 나의 예상을 깨고 모두 '아니오'였다. 왜? 이 책을 읽어보면 아하!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될 것이다.

특히 논술을 위하여 여러가지 고전과 교양서적을 두루 섭렵해야한다는 것은 실제 글쓰기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일리가 있다.

3. (좋은 논증이란?)
논증이라고 해서 어려워할 것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삼단논법도 논증의 한 방법이며, 아래와 같이 전제와 결론으로 이루어 진다.

  1) 모든 사람은 죽는다
  2) 김삼순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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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따라서 김삼순은 죽는다.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좋은 논증의 조건이다. 즉 주장은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1) 근거가 자신의 주장과 관련이 있어야 하고 2) 사실과 맞아야 하며, 3) 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하고, 4) 반론에 대하여도 대응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증과 관련하여 내가 흥미를 가진 것은 "반박이 불가능한 논증은 잘못된 논증이므로 잘못된 논증이 아니라면 반드시 반론이 있을 것이다"(2권, 75쪽)라는 부분이다. 타인의 의견이 먹힐 여지가 없는 것은 주장이 아니고 일방적 설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었다.

또한 "숨은 전제란 드러나지는 않지만 논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찾아내서 드러나게 하면 논증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확연히 드러내 주는 전제이다."(2권, 83쪽)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전인권씨와 고 이은주씨의 스캔들에 대한 오마이 뉴스 보도를 예시하였는데, 찬반을 떠나서 흥미로웠다.

4. (토론의 기싸움)
말하기와 관련하여 다음 글은 나의 말하기 습관에 대하여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었다.

"보통 말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은 이미 자신이 알고 있어서 자신에게는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목소리도 커지지 않는다."(5권, 72쪽)

노래를 잘하려면 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 기본이듯이 말하기를 잘하려면 소리를 크게 해야 자신감도 생기고 발음도 정확해진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흔히 "간단명료하게 말하라"고 하는데 여기서 간단하게 말한다는 것은 그 문제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복잡한지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분석적 사고를 하면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에게 유익했다.

5. (아쉬운 점)
글쓰기의 세부적인 테크닉보다 전체 구성에 대한 책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주인공을 학생으로 설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논술에 치중하여 책을 구성하다보니 논술에 관한 책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고, 실제로 그런 면도 있다.

그리고 그리 많지 않은 내용을 과연 5권으로 나누어서 발간해야 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