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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서생활

[서평] "진짜" 우주 여행 히치하이커 안내서

by 무딘펜 201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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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의 내용 중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서 '깊은 생각'이라는 슈퍼 컴퓨터를 개발하였는데, 이 컴퓨터가 750만년에 걸쳐서 내놓은 해답이 '42'라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답을 내놓았는지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서 그 책을 꼭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이번 서평 대상 중에 그 소설의 제목에 "진짜"라는 강조말이 붙은 책이 있길래 무작정 선택하였다.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그저 그렇다'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보다는 과학서적에 좀 더 가까운 책이다. 나 역시 우주에 대하여 관심이 많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맘에 안 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

이 책은 영국의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댈러스 캠벌이 지은 책으로 말 그대로 지구 바깥으로 여행하기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우주여행 안내서이다. 과학코너가 아닌 여행코너에 놓아도 어울릴 만한 책이다.

이 책을 혹시 읽어보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곧 일론 머스크가 장담하는 대로 우주 관광이 시작되어 내가 초대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 비용으로 우주에 간 사람들은 고작 7명이었고, 그들이 낸 비용은 2천만 ~ 4천만 달러였다는 사실을 참고하시라.)

이 책에서는 출발 전에 준비할 사항부터 대기권을 벗어나 우리가 보고 느끼게 될 경험, 멀리 달나라나 화성에서의 생활은 어떨까에 대한 의문, 마지막으로 우주여행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인 우주인에 납치되거나 죽어서 우주의 먼지로 흩어지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우주탐사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우주인의 실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낸 이 책은 우리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함과 동시에 우주과학, 천문학, 항공학 등의 전문지식을 쉽게 전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우주여행의 꿈을 당차게 꾸게 된 우리가 우주에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꿈꾸는 곳에 길이 있고, 꿈꾸지 않은 곳에는 길이 없다.' 정말 화성에 가고 싶은가? 우리가 먼저 확실히 해 둘 부분일 것이다.(p.283)


<2>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과학 상식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빠른 속도가 필요한가?

  비행체가 날아가면서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는 둥근 궤적의 곡률이 지구의 곡률과 같아지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된다. 그 때 필요한 속도는 시속 27,000 Km이다. 

 그러나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빠른 시속 약 40,000Km의 속도가 필요하다. 이를 '지구 탈출 속도'라고 한다.


2) 어떻게 단 한번의 로켓 발사로 태양계 넘어 먼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가?

  우주선이 행성을 향해 서서히 접근한다면 우주선은 행성의 중력에 의해 서서히 끌려가면서, 마치 행성이 우주선을 휙 던지는 듯한 추가적인 중력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더 먼 다음 행성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사실 이 문제는 수학적으로 해를 찾기가 어려운 '3체 문제', 즉 물체 3개가 서로 중력을 주고 받는 복잡한 상황과 관련되어 있으며, 중력을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행성의 위치를 절묘하게 이용해야 하는 문제이다.


3) 우주펜에 대한 얘기도 흥미롭다.

나사의 과학자들이 아주 특별한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거금을 들였는데 그것은 바로 미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몸이 거꾸로 떠 있는 상황에서도 잉크가 펜촉으로 흘러내려 글을 쓸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펜이었다. 

그런데 러시아 엔지니어들은 영리하게도 펜 대신에 그냥 연필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이야기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많이 인용되지만 실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 우주공간에서 연필 심이 부러지거나 흑연가루가 흩날린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폴 피셔라는 사람이 우주펜을 발명했다. 펜 안에 있는 질소가스가 잉크를 밖으로 밀어내서 펜이 완전히 뒤집힌 상태에서도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이 펜은 실제로 ☞ 인터파크에서 2만원 대의 가격으로 여러분도 당장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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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상황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특히 수년간 좁은 공간에서 몇몇 사람들끼리 불편한 여건을 견뎌내야 하는 경우 이는 육체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을 연출할 수 밖에 없으리라. 여행이란 돌아올 곳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만 설레임이 아닐까?

이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구절보다도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혼자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존재다. 그 뿌리깊은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여러 방시으로 표현된다.

우리가 지구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채 우주에 혼자 고립되는 상황에 처한다면 이런 심리적 압박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시야에서 지구가 사라질 때, 아무도 없는 우주를 향해 홀로 나아나게 될 때 우리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 고향 지구에서 맡았던 풀 냄새에 대한 기억과 우주에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는 공포가 아닐까?"(p.112)


<4>

우주에 대한 환상과 설레임을 접어두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주 쓰레기의 문제였다. 

현재 미국의 우주 감시 네트워크는 1만 7,000개가 넘는 우주물체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이 우주 쓰레기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자칫하면 우주선을 파괴할 수 도 있는 위력을 품고 있다고 한다. 아래 그림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지상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은 우리 발길이 닿은 모든 곳에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