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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배려

by 무딘펜 2013. 2. 1.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서 항상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내 으레 욕심이 앞서기 때문에 그게 그리 쉽지 않다.


하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약간 기분이 상하는 일이 세가지 있었다.


나는 집에서 K신문을 구독하고 있는데, 내가 이 신문을 보는 이유는 정치적 성향이나 이런 것보다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광고지가 끼워져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보면 주렁주렁 달려오는 광고지가 내게는 엄청 귀찮고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또한 돈으로 열독율을 올리려는 일부 메이저 신문사가 꼴보기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신문이 구독자가 적다보니 배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의 우리 동에는 유일하게 우리 집만 이 신문을 보는 것 같다. 그동안 몇 번은 배달이 안되었고 늦는 경우도 다반사다. 


오늘 아침에는 비도 오고 해서인지 일어나 바깥에 나가보니 신문이 아직 안왔다.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출근 준비 후에 현관문을 여니 그 때서야 어떤 아저씨 한 분이 헐레벌떡 신문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문앞에 휙 던져놓고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나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는 신문이 늦게 배달된 것 때문에 미안해 할까봐 '신문이 조금 늦었네요'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런데 이 아저씨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않는 게 아닌가? 뻘쭘~~~



아파트를 나서서 내가 항상 다니는 고즈넉한 지름길로 가려는데 이런 누군가 그 길로 들어가는 입구에 차를 세워놓았다. 덕분에 한참을 돌아가야 했기에 살짝 짜증! 그런데 그 차의 뒷유리창에 보니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고 붙어 있었다. 자신은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본인은 운전 중에 배려받기를 원하는 것 같아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을 탔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노약자 보호석에 앉은 어떤 아주머니가 가방을 빈자리에 떡하니 놓아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연세를 보아하니 노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에 앉으셔도 될 정도는 되어 보였지만 역시 다른 그 자리에 앉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 느낌!


비오는 날 아침 이런 저런 사건이 겹쳐서 조금 꿉꿉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니 사무실이 환한 느낌이다. 비서 아가씨가 내 책상 위에 꽃을 꽂아 둔 것이다. '아네모네'라는 화려한 느낌의 꽃이다. 일순간 아침의 불쾌했던 기억들이 싹 날아가고 기분이 살짝 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