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독서생활

♣ 아랫사람과 실력을 다투지 마라 - 《귀곡자》

by 무딘펜 2018. 8. 6.
1.
주말에는 《귀곡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귀곡자는 전국시대에 합종과 연횡설을 주장했던 소진과 장의, 그리고 손빈병법의 손빈과 그의 적수 방연 등을 길러낸 유명한 사설 '국가전략연구소' 소장 격인 사람입니다.

이 책은 전국시대에 유세가들이 군주를 만나 부국강병책을 논의할 때 단계별로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10개의 포인트를 집어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충분히 활용할 만한 책입니다.

처세에 대한  여타의 책과 다른 점은 윤리나 도덕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 읽고 나니 결론은 "사람"이었습니다.

2.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패합稗闔 : 유리할 때를 기다려라.
  2) ‎반응反應 : 지피지기하라.
  3) ‎내건內健 : 믿음이 없으면 일을 도모하지 마라
  4) ‎저희抵戱 : 장애요소를 현명하게 제거하라.
  5) ‎오합忤合 : 판세를 주도하라.
  6) ‎췌마揣摩 : 정보를 거머 쥐어라.
  7) ‎비겸飛箝 : 상대를 높여서 제압하라.
  8) ‎권權 : 상대를 꺾지 말고 활용하라.
  9) ‎모謀 :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라.
  10) ‎결結 : 실질적인 이익에 근거하여 결단을 내려라.

중국 고전을 해설한 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명확한 논리적 근거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 이치'에 기댄 내용이 많아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원저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일부 사례들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원저의 내용에 충실함과 동시에 최근의 사례까지 폭넓게 배치함으로써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부수적인 열매를 맛볼 수도 있었습니다.

3.
이 책의 내용 중에 제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항우의 실패원인을 분석한 부분입니다.

유방의 천하 제패에 공을 세운 한신, 영포, 팽월 등은 원래 항우 휘하의 장수들입니다. 여러 전장에서 항우에게 대패하여 꺼져가는 촛불 형세였던 유방은 세 장수가 항우의 질책, 의심, 무시를 받고 있는 상황을 알아채고 그들을 전격 스카우트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세를 가른 결정적 한 방이 됩니다.

해당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포와 팽월은 왜 항우를 떠났는가? 바로 항우가 아랫사람과 실력을 다투었기 때문이다. 물론 항우는 군사를 부리는 능력이나 기세에서 영포와 팽월을 앞선다. 그런데도 굳이 그들과 실력을 다툰 것이다. 그러니 항우가 패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반적인 표현이라면 '부하관리를 잘못했다'라고 했을텐데 이 책에서는 '아랫사람과 실력을 다투었다'라고 발가벗겨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확 와닿는 표현입니다.

나는 혹시 직장에서 부하들과, 가정에서 아이들과 실력이나 논리를 가지고 다투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4.
마음에 와닿는 또 다른 부분은 "비겸"입니다.

비겸술이란 먼저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합니다. 이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상대를 높여서 우쭐하게 만듭니다. 상대는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를 활용하여 상대방을 꼼짝못하게 만든 다음 내가 바라는 일을 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높이 올라가게 되면 불안정하게 되고, 당연히 상대방에게 포획당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비겸술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이를 사용할 경우에 나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아마도 나 역시 우쭐해져서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활용하기에 따라서 무서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