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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의 살던 고향은

090708 시계에게 밥을 먹여?

by 무딘펜 2009. 7. 7.

우리 어린 시절에는 시간의 개념이 명확하게... 칼로 두부 베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하루를 낮과 밤, 그리고 아침때 점심때 저녁때 정도로 대강 구분하는 정도였달까?

 내 기억에 "시간"이라는 수치적 개념이 들어선 것은 라디오의 시보와 괘종시계의 도입에따른 것으로 기억된다. 라디오는 대부분 매 시간마다 정확히 시보를 울려주었고, 괘종시계는 시간수에 맞게 종을 울려 주곤 했다. (30분에는 종을 한번 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국민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배우는 시계 읽은 법을 굳이 모르더라도 괘종시계의 종소리를 듣고서 시간을 대~충 알아채곤 했다.

 하여튼 서양에서는 "Grandfather's clock", 즉 할아버지 시계라고 불리는 괘종시계의 등장은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시기로 기억이 되는데 바쁘게 왔다갔다하는 시계XX가 신기하기도 하고 시간마다 종을 치거나 (값이 좀 나가는 것은) 뻐꾸기 울음을 내기도 하는 이 녀석이 처음에는 무척 신기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무척 귀찮은 일은 한 달에 한번씩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시계가 작동을 멈추곤 했다. 이 일은 우리는 '시계 밥을 준다'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럼 밥을 안주면 시계가 태업이라도 한단 말일가?

 하여튼 둥근 T자 모양으로 생긴 일종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시계의 앞이나 뒤에 있는 태엽고리에 걸고 손목이 뻐근하도록 수십 바뀌를 돌려주면 드디어 시계추가 왔다 갔다 작동을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계가 걸린 위치인데 대부분 천정에서 가까운, 즉 벽의 위쪽에 걸려 있어서 시계을 밥을 주는 것은 대부분 어른들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서 의자에 올라서서 나마 시계에 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키가 컸고 또 값비싼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도 어른들이 용납을 할 만큼 집안의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였기 때문에 시계 태엽감는 일을 하게 되면 한편으로 뿌듯한 심정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모두 손목시계나 전자시계 또는 그냥 핸드폰에 달리 시계를 통하여 시간을 파악하곤 하지만 그 당시에 괘종시계는 그 큰 덩치만큼이나 집안에서 나름대로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괘종시계에 얽힌 당시의 농담하나... 어떤 시골영감이 시계를 사러 갔다. 커다란 괘종시계를 하나 고른 이 영감님... 옆에 있는 작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이 큰 시계를 샀으니 덤으로 저 쬐끄만 녀석을 하나 끼워달라고 우겨서 시계방 주인이 학을 떼었다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