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22 놀꺼리(4) 가이생; 또다른 전쟁


가이생은 회전(會戰,かいせん), 즉 대규모 병력들이 격돌하는 것을 일컫는 일본말 '가이센'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 많이 했던 놀이는 국민가이생인 오징어가이생과 그것을 변형한 정말 과격한 놀이인 말X가이생이었다.


1. 먼저 오징어 가이생

이건 가이생 중에서 우리나라 전국에서 행해지던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라서 별도로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것입니다. 오징어 가이생의 놀이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눌러 보세요.

2. 말X가이생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이 가이생에 대한 설명은 없더군요. 그렇다면 우리 지방에서만 했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명칭이 거시기해서 설명들을 안 올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명칭이 왜 붙게 되었나를 설명하기 위해 제가 그린 그림을 보여드리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하여튼 이하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그냥 말똥가이생으로 이름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놀이방법은 오징어 가이생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훨씬 과격한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징어 가이생은 거의 외발로 경기를 하게 되는데 비하여 이 가이생은 대부분을 두발로 서서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놀이방법을 설명드립니다.

1. 놀이도구 : 없음(튼튼하고 야무진 몸과 임전무퇴의 정신)

2. 준비사항

  1) 먼저 땅에다 위와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2) 가위바위보로 편을 나눕니다. 인원 제한은 없습니다.
  3) 방어팀은 위의 노란색 땅에, 공격팀은 바깥쪽에 섭니다.

3. 승부의 결정방법

  1) 공격팀이 방어팀이 지키고 있는 통로를 지나 그림의 맨 끝에 놓여진 돌을 건드리면 
      이깁니다.

 

  2) 또는 공격팀이건 방어팀이건 상대를 모두 죽이면 이깁니다. 죽게되는 경우는 첫째는 어떤
      경우라도 금을 밟는 경우, 둘째는 상대편 구역안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끌려나오는 경우,
      셋째는 연두색 구역에서 양발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4. 놀이규칙

  1) 양팀 모두 연두색 안에서는 한쪽 발을 들고 외발로 움직여야 합니다. 다만 붉은색 금으로
      그어진 강을 세번 왕복하면 어느 팀이건 두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2) 대문안의 노란색 선은 공격팀은 외발로, 방어팀은 양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공격
      팀이 강을 세번 건넌 경우 양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바깥에서는 양팀 모두 양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 규칙 때문에 정말 오징어가이생에 
      비하여 경기가 과격해집니다.)

5. 놀이방법

  1) 공격팀은 일단 강을 세번 건넌 후 양발을 사용하여 수비팀이 지키는 통로를 지나서 만세를
      부르는 것이 최선이며, 방어팀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또한 방어팀을 끌어
      내거나 넘어뜨려 금에 닿게 함으로써 상대팀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전략

  2) 방어팀은 공격팀이 강을 못 건너도록 방해하거나 연두색 지점을 외발로 뛰어나가 강을 세번
      건너서 동일한 입장에서 공격팀과 싸우는 것이 좋으며, 공격팀을 끌어내거나 넘어뜨려 금에
      닿게 함으로써 상대방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전략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 말똥가이생은 두발로 걸으면서 양팀이 맞부딪치게 되므로 거의 레스링이나 씨름에 가까운 힘겨루기가 특징이다. 결국 옷이 찢어지거나 팔이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모이기만 하면 이 가이생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들 안에도 상당한 정도의 호전성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일까?

말똥 가이생을 하다보면 승부가 금방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공격자가 숫적으로 불리한 경우 도망다니다 보면 온동네를 휘젓고 다니다 보니 마치 숨바꼭질을 연상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숨어있다가 잠이 들어서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찾아다니는 소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고, 심부름 시킬려고 나오시던 어머님과 마주쳐서 멀리로 심부름을 가는 경우 등 웃기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워낙 과격한 놀이다 보니 피를 흘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경우 부모님한테 말씀드려봤자 오히려 혼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슬며시 장독대로 가서 된장을 바르거나 근처의 쑥을 뜯어 붙여서 지혈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부러지거나 다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 나도 한번은 여러사람들한테 짓눌려서 발목을 댕강 부러뜨린 적도 있었다. 마을에 다행히도 침을 잘 놓은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셔서 침을 맞고 나서 일주일 이상을 절룩거리며 학교를 다닌 기억이 있다.

또한 가이생의 경우 놀다 지치더라도 한 편이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놀이의 마지막은 대부분 누군가의 부모님이 오셔서 일 시킬려고 데려가거나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시작할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끝나곤 했다.

아마 지금은 이런 과격한 가이생을 시키면 애 잡는다고 부모님들이 난리일텐데 그 때는 왜 그리도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