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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서생활

[서평] GRIT "그저 그런 미국식 자기 계발서"

by 무딘펜 2017. 3. 17.


  "그저 그런 미국식 계발서"

  열정과 끈기가 세상살이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재능이나 행운도 그에 못지 않게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다.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했다기 보다는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성공의 한 요소인 끈기를 강조함으로써 한때 반짝 눈길을 끈 책으로 보인다. 



그릿 GRIT
국내도서
저자 :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 김미정역
출판 : 비즈니스북스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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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주요 내용


  책의 부제는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GRIT이란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저자는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 정도로 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말로는 정확히 일치하는 말이 없어서 원어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GRIT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고, 2부에서는 내 안에서 GRIT을 기르는 방법으로 1) 관심사를 분명히 하라, 2)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을 하라 3)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4)다시 일어서는 자세, 희망을 품어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부모나 교사로서 아이들의 GRIT을 키워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II. 읽고 나서


  3월 초 나의 생일선물로 사무실 여직원이 선물한 세권의 책 중의 하나이다. 내 독서 취향을 몰라서 분야별로 골고루 샀다며 예쁘게 포장한 책을 내 놓았다. 평소에 다소 말괄량이 기질이 있어서 항상 사무실 분위기를 살아있는 듯이 만드는 점이 맘에 들었는데 이런 속깊은 점을 보여주니 일단 감동이다.


  그녀의 성의를 보아서 열심히 읽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이 책과 함께 선물받은 다른 두 권(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윤석철 교수의 <삶의 정도>)는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쉽게도 중도에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완독에 실패한 이유를 변명삼아 늘어 놓자면 다음과 같다.


 책을 편 후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맨 앞에 있는 "이 책에 쏟아진 찬사!"라는 부분인데, 서울대 최인철 교수부터, 말콤 글래드웰, 무명의 아마존 독자까지 무려 7페이지에 걸쳐서 35명의 '호평'을 실어 놓았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내가 순간적으로 느낀 점은 "이렇게 많은 찬사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내용이 자신이 없는 건 아닐까?"였다. 한 마디로 첫인상이 안 좋았다.


  두번째는 저자는 서문에서 본인이 '천재들의 상'으로 불린다는(나는 처음 듣는 얘기다.) 맥아더상을 받은 내용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과, 자기의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다는 지나치게 자신만만 태도를 접하면서 왠지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에 대한 얘기에서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진실에 더 가깝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세번째는 대부분 미국 저자가 쓴 자기 계발서들이 의례 그렇듯이 - 이건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 내용과의 연관성이 그리 높지도 않은 세세한 사례들을 끝없이 늘어 놓는데 질려 버렸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엄친아"라는 말이 생각난다. 마치 끈기도 열정도 부족한 나에게 '옆 집 엄마 친구 아들은 엄청난 끈기와 열정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더라' 하는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이 나이에도 왠지 모를 반항심이 생긴다. 하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들을 읽으면 뭔가 해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못난 놈 같이 느껴져서 나이들은 요즘에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 나의 독서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일단 책을 접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