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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모란꽃에는 정말 향기가 없을까?

by 무딘펜 2018. 6. 29.

1.
우리가 별 의심없이 믿고 있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도 꼼꼼히 따져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2.
요즘 교과서는 모르겠지만 제가 배우던 당시의 교과서 어디에선가 신라의 선덕여왕(아호는 덕만공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왕의 영특함을 드러내기 위한 일화의 한가지로 당나라에서 보내온 꽃그림이 등장합니다. 바로 모란꽃입니다.

어린 덕만공주는 그 그림을 보고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모란꽃에 향기가 없을까요?

아니, 모란꽃에는 향기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 뒤뜰에 모란꽃이 많았기에 향기가 있다는 걸 잘 압니다. 더구나 화투 좀 만져보신 분들은 6월에 나오는 꽃이 모란이고, 그림 주변에 나비가 두 마리 날고 있다는 걸 기억하실 겁니다.

3.
두번째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입니다. 인생을 허비하듯 살지말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2016. 10. 16일자 아시아경제에 이상국 기자가 쓴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지 않았다 - 국내번 흑역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인간죽음의 심각함과 진지함을 감안한다면,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자에 대한 경탄과 매력을 금하기 어렵다.

그 원문은 이렇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저 문장을 직역에 가깝도록 번역하면 이렇다.

"충분히 오래 (어딘가를) 어슬렁거리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난 알았어."

원문을 살펴보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상국 기자의 생각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물쭈물"이라는 표현이 워낙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아마 버나드 쇼의 우유부단함을 변호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처럼 내가 그동안 의심없이 믿어왔던 사실들에 대해서 한번쯤 건전한 의심과 질문을 던져 보는 것, 그것이 자기 발전의 시초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