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긴 생각 짧은 글210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2) 시차 때문인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침대가 좀 오래되었는지 심하게 삐걱거린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공항 구석에서 노숙자처럼 잠을 잘 처지에서 구식 철제 침대나마 이불 덮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러나 잠깐씩 잠이 들었다 깨는데 자꾸만 꿈만 꾼다. 재미있는 것은 꾸는 꿈마다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내용이다. 오라! 내가 현재 기대하는 가장 큰 바램이 무엇인지 알겠다. 그러나 그건 바람일 뿐 이루어 질 수는 없는 일임을 나는 알고 있다. 뒤척인 끝에 할 수 없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서류정리와 내일 할 일을 생각하다가 기숙사가 문을 여는 6시에 운동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산책하였다. 이곳 Kitchener Hall과 옆에 있는 Roberts..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1) 이 글은 제가 2004년 초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처음 한달 가량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을 한국의 직장친구들에게 편지로 보낸 내용을 그대로 실은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 모두들 별고 없으신지요? 조직개편이랑 진급, 보직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상당히 뒤숭숭한 마음들이실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저만 혼자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는 것이 조금 죄스러운 생각도 듭니다만 이왕 선택한 길이니 주어진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미 전화를 드려서 알고 있겠지만 저는 무사히 영국에 도착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하여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랭귀지 센터에서 하루에 두 타임씩 세 시간을 영어 강습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나름대로..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4. 물고기 잡기 우리 동네에는 소백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용진강을 향하여 흘러 가는 동대천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길가다 목마르면 무릅꿇고 엎드려 개울물을 꿀꺽꿀꺽 마시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했기에 민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초봄이나 바쁜 농사철 틈틈이 개울을 뒤져서 물고기를 잡아서 영양보충을 하는 것이 시골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였었다. 절대로 혼자서 고기를 잡는 경우는 없다. 동네에서 누군가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얘기가 퍼지면 집집마다 장화를 신고 양동이나 세수대야 같은 고기를 담을 그릇을 들고는 모여든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마을의 협동작전인 셈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초보적인 방법으로 손으로 잡는 것이다. 물론 깊은 물..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3. 그 때는 라디오 시대 요즘은 세상돌아가는 소식을 주로 신문이나 TV를 통하여 알게 되지만 70년대까지만해도 주로 라디오를 통하여 바깥소식을 접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집집마다 대개 한 대씩 가지고 있는 라디오는 소중한 재산목록이었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에는 신문이라고는 가끔 서울에서 오는 물건의 포장지로나 볼 수 있거나, 아니면 도배를 위하여 특별히 구하지 않으면 찾아보기 어려웠고, TV도 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보급이 되었기 때문에 라디오의 소중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70년대 초반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건전지(이 녀석을 우리는 후래쉬약이라고 불렀다.)를 이용하여 전원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자주 라디오를 켤 수도 없었으며,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두면 어머님의 잔소리를 감수해야만 했다. 우리집에도 처음에..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2. 놀이하면서 부르던 노래들 어린 시절 마을 공터에서 아니면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끼리 편을 갈라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며 놀았지.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왔느냐~ 미향이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가위바위보" 하고는 술래는 이름이 불린 사람을 쫓아다니고 나머지 사람들은 방해하고... 또 쌔쌔쌔라고 손벽을 맞부딪치면서 부르는 노래 중에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우리선생 계실적에 엽서 한장 써 주세요 구리구리 멍텅구리 짱깨이 뽀" 하고는 가위바위보를 하는 노래도 있었고. 어릴 때 이를 뺄 때는 문고리에 실로 연결을 하고 문을 확 열어서 빼기도 했는데 그 이는 초가지붕에 던지고는 "헌이 줄께 새이 다오."라는 무척 이기적인 노래..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1. 권체부 아저씨 1970년대까지만 해도 통신수단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전화는 학교나 마을 이장님 댁에 있는 손잡이를 열나게 돌려서 신호가 가면 교환원(대부분 여자였고 목소리가 이뻤다!ㅎㅎㅎ)을 통하여 겨우 원하는 곳에 연결이 가능한 자석식이 고작이었다. 급한 경우에는 편지나 전보를 이용하거나 인편으로 연락할 수 밖에 없었지. 그러나 농사일에 바쁜 사람들이 인편을 이용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였고, 대부분 편지나 전보를 이용하곤 했다. 편지는 도회지에 나가있는 아들딸들이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구구절절한 말로 시작하는 안부편지나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가끔씩 돈 잘버는 친척이 선물을 소포로 보내주시면 입이 찢어지곤 했지. 또한 급한 경우에는 전보라는 것을 이용했는데 이 전.. 2008. 9. 4.
나의 살던 고향은 - 4. 고향의 개천과 강에서 자주 보던 물고기들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민물고기 사진을 모아놓은 곳이 있어서 내가 아는 놈들만 골라서 게시한다. 순서대로 1. 빠가사리(동자개) 2. 가물치 - 강에서 사는 천하장사 3. 기름종개 - 지름종이라고 불렀지. 4. 뱀장어 - 징그럽게 생겼지만 몸에는 좋단다. 5. 메기 - 누구 별명이었더라. 6. 모래무지 - 강가에 특히 많았지. 7. 누치 - 강낚시로 많이 잡히는 물고기 8. 쉬리 - 영화로 너무나 잘 알려진, 우리는 쎄리라고 불렀지만... 9. 송사리 - 이 것 모르면 간첩 10. 쏘가리 - 이성열 11. 어름치 - 이것도 예전에는 무척 흔했는데... 12. 동사리 - 이놈이 꾸구리여 13. 퉁가리 - 퉁바우라고도 했지 14. 꺽지 - 유명한 물고기지. 회쳐먹으면 무척 맛있는데... 15. 미꾸라지 .. 2008. 9. 4.
어릴 적 기억 - 2. 재미있는 놀거리들 앞에서 설명했던 놀이는 대부분 겨울철에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사계절 내내 하던 놀이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먼저 구슬치기가 있었지. 일본말로 다마치기(다마라 하면 당구가 연상되기도 한다. 내가 당구 300이잖니?)라고도 했었지. 동그랗고 투명한 유리구슬 속에 여러가지 색색깔의 기기묘묘한 무늬가 들어있던 멋진 구슬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역시 구슬치기의 왕은 쇠구슬이었지. 눈에 띌까 말까 작은 종류부터 자동차 베어링에서 빼낸 커다란 종류까지 있었는데 구슬치기를 하다보면 이 녀석에 당해서 곳곳에 상처투성이가 되거나 아예 으깨진 유리구슬들도 많이 생기곤 했어. 그래서 유리구슬 10개당 같은 크기의 쇠구슬 하나를 거래하기도 했었지. 구슬치기의 종류는 먼저 단순하게 상대방의 구슬을 맞추면 따.. 2008. 9. 4.
어릴 적 기억 - 1. 재미있는 놀거리들 아주 아주 어린 시절,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라는 것은 명확한 것이 별로 없다. 통기타를 잘 치던 큰 누님이 기타를 치며 가요를 부르던 것을 툇마루에 앉아서 듣던 것이며, 오사리에 사시던 당숙댁에 가기 위해 용진강 윗쪽에 있는 무릅이 후둘거릴 만큼 깎아지른 벼랑을 지나가서는 나룻배를 타고 가던 일 등이 기억나고... 역시 후각의 기억이 오래간다는 말처럼 겨울철에 담배조리를 하던 사랑방에서 느끼던 독한 담배 냄새와 왕겨를 태워 피운 모깃불의 매캐한 냄새 등이 국민학교 가기 전에 내 뇌리에 박혀 있는 기억들이다. 우리의 국민학교 시절은 학교생활이 절반이라면 집에서 돌아와 책보를 마루에 팽개치고 달려나가 놀기에 바빴던 일이 또 반이었지. 먼저 국민학교 들어가서 제일 먼저 기억에 나는 일은 여자 애들이.. 2008. 9. 4.
나의 살던 고향은 - 3. 전설따라 삼천리 이번에는 우리가 살던 동네에 얽힌 전설 3가지와 노래가락 한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예전에 용진살다 면서기를 거쳐 단양군청에서 근무하시던 윤수경씨가 수집한 이야기들로 책으로 엮어져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글은 단양군청 홈페이지에서 발췌하였다. 홈페이지에 있는 것은 약간 말이 어색하고 불분명한 표현들이 있어서 내가 조금 손을 봤으나 가능하면 원문에 있는 내용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이 글을 빌어 항상 우리 고향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시는 윤수경 님께 존경을 표하며, 이글의 저작권은 그 분한테 있으므로 추후 이 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시어 연락을 주시면 즉시 삭제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 첫번째 이야기 : 용진나루의 유래 용진나루는 한강이 수운선이 자주 오가던 조선시대에는 뱃길의.. 2008. 9. 4.
나의 살던 고향은 - 2.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내 고향 모습 하늘에서 내려다 본 우리고향은 어떻게 생겼을까? 1. 먼저 구글 어스를 들어가서 다운을 받은 다음 지명이나 도로를 편집을 해 보았습니다. 2. 두번째는 일반지도를 넣었습니다. 3. 마지막은 우리 고향을 찾아가는 길을 중앙고속도록 남원주에서부터의 약도를 넣었습니다. 혹시 다른 분들이 우리 고향을 방문하고 싶으실 때 유용하실 겁니다.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북단양 IC -> 단양읍내 -> 구인사방향 -> 영춘면소재지 -> 동대리 방향으로 고개를 넘으면 됨. 흠... 이 약도 만드느라 오랫만에 제법 손이 많이 가는 편집작업을 했습니다. 2008. 9. 4.
나의 살던 고향은 - 1. 소백산 기슭을 산골마을 여기에 있는 글들은 동대국민학교 제21회 졸업생들의 카페인 다음의 "내 머리속의 동대초교21"에 게시했던 내용들을 거의 수정없이 옮겨놓은 것입니다. 딱 한반이었고 42명이 졸업했는데 제가 반장이었기에 어린시절 함께 뛰놀던 추억들을 정리를 해 본 것이며 친구들의 댓글을 참조하여 부분부분 수정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체가 주로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투이고 곳곳에 친구들의 이름이랑 사투리랑 이상한 지명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해하시고 읽어 주시길... ####################################### 먼저 우리가 뛰놀던 고향산천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해 보자. 우리가 어린 시절을 뛰놀던 고향은 용진리라는 강가마을과 동대리라는 산촌마을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변은 소백산맥의 자락으로 둘러싸여있고.. 2008. 9. 4.
정겨운 고향 사투리(4) - 충북 단양군 영춘면 310. 부역 - 공동노력봉사(마을길을 닦는 등 공동일을 할 때 집집마다 장정들을 동원해서 부역을 시켰다. 사실 6.25때 인민군의 일을 도왔다는 부역때문에 고생한 사람들도 많았다) 311. 옥도정끼 - 沃度丁幾, 요오드팅크(가끔은 비슷하게 붉은 색인 머큐로크롬도 그냥 이렇게 불렀음) 312. 다물랭이 - 무슨 주몽과 관련된 건가??? 313. 농군화 - 발목까지 오는 일할 때 신는 신발 314. 뺀또 - 도시락 315. 뺑끼 - 페인트 316. 도가 - 양조장 317. 블로꾸 - 블럭, 시멘트벽돌 318. 체경 - 전신거울 319. 장게 - 장가 320. 똥깐 - 변소(흐흐...이말은 안 쓸려 했는디...) 321. 뱃성게 - 뱃삯 322. 도란스 - 변압기 323. 깨망아지 - 참깨벌레 324. 구디.. 2008. 9. 4.
정겨운 고향 사투리(3) - 충북 단양군 영춘면 제3탄인데요... 300개 정도로 마무리 하고 생각나는 대로 몇 개씩 보충을 할 겁니다. 혹시 충청이북과 강원도 정선부근이 고향이신 분들께서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1. 개코같은 소리마라- 쓸데없는 소리마라 202. 탕끼 - 탕기. 사기나 질그릇으로 약을 다릴 때 씀 203. 뜨리하다 - 생각이 없고 멍청하다 204. 티겁지 - 티끌 205. 팬팬하다 - 평평하다 206. 피마주 - 아주까리 207. 하마 - 벌써 (예, 떠들며 놀다보니 하마 자정이 넘어섰다.) 208. 함탱이(함태이), 방탱이, 방티 - 함지박 209. 호맹이(호매이) - 호미 210. 휘딱하면, 피딱하면 - 걸핏하면 (예, 너는 피딱하면 공부안하고 싸돌아댕기기만 하냐) 211. 흔데, 헌데 - 부스럼 .. 2008. 9. 4.
정겨운 고향 사투리(2) - 충북 단양군 영춘면 설명을 위해 그림을 몇 개 붙였더니 너무 용량이 커서 올릴 수가 없어서 몇 개로 나누어 올립니다. 101. 거시 - 회충 (회충약을 먹으면 나오는 지렁이처럼 생긴 하얀 벌레...징그러!!!) 102. 검부락지 - 검불 103. 고지 - 박 (은순아 네 별명이 '고지'였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박속을 파서는 국을 끊여 먹기도 하고, 껍질은 말려서 바가지를 만들었지) 104. 골구다 - 고르다. 또는 골리다 105. 곰배 - 고무레 106. 서낭데이 - 성황당(서낭당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동네는 서낭데이 지붕을 얇은 돌로 얹어서 만들었다. 그 앞에는 금줄이 쳐저 있었지. 아래 그림은 거무실에 있던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 107. 구녕 - 구멍 108. 귀따갑다 - 시끄럽다 109. 까불다 - 키질하다. 110.. 2008. 9. 4.
정겨운 고향 사투리(1) -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이 글을 쓰면서 아래 사이트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1. 정선사랑 : http://www.jsarirang.or.kr/contents/literature/letter_02.html 2. 사투리사랑 : http://dialect.dothome.co.kr/phkang.php 오늘은 우리가 어린시절에 고향에서 많이 쓰고 들었던 정겨운 사투리에 대해 써보기로 하겠다. 사실 우리는 국민학교에 다닌 이후로는 표준말 쓰기에 대한 강조로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들이 쓰시는 말을 알아들을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사투리는 내가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한 것과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모아놓고 보니까 우리 고향말은 주로 강원도말이 많이 섞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사.. 2008. 9. 4.
국민학교 - 13. 졸업식과 그 외의 행사들 다른 중요한 학교행사는 졸업식이었지. 매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이 2월 중순 경에 졸업식을 했었는데 아마 추운 날씨 탓에 전교생이 모이지 않고 4학년 이상만 모여서 교실에서 거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교육감상, 교육장상, 육성회장상, 하다못해 우체국장상을 비롯한 우등상과 6년 개근상, 정근상 등을 옥편이나 사전류의 상품과 함께 수여를 했었지.(나는 구인사 종정스님상도 받았단다... ㅎㅎㅎ) 이어서 5학년 후배 중 한명이 대표로 송사를 읽기 시작하면 점점 실내는 흐느낌이 시작되었고, 졸업생 대표가 답사를 읽을 때 쯤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마지막으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와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면 누구나 찔끔 .. 2008. 9. 3.
국민학교 - 12. 채변봉투 다음 얘기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이것저것 가져오라는 것도 많았었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채변 봉투지. 편지봉투 반정도 크기의 하얀색 봉투 안에 투명한 비밀봉지가 들어 있었는데 주의사항에 보면 밤톨만큼 변을 떼어서 넣으라고 되어 있었지. 아마도 주의사항을 쓴 분은 토종밤을 생각하셔서 엄지 손톱만한 정도를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당시에 집에 밤나무를 가꾸었기에 손바닥 반만큼이나 큰 신종 밤을 항상 보고 자란 내 경험으로는 그 정도 큰 덩이를 집어넣으면 나중에 불러 지져서 봉해야할 입구가 터질 것 같아 걱정했던 적도 있었단다.(다행히 누나들이 적당한 양을 가르쳐 주어 고민은 해결을 했지만...) 아마 우리 친구들 중에는 자기 똥도 아니고 남의 똥이나 심지어는 개똥을 넣은 녀석들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 2008. 9. 3.
국민학교 - 1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막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어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던 무렵이었고, 또한 유신체제가 막 출범하여 반공교육에 어느 때보다도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지. 앞에서도 운동회 때 사용하던 ‘멸공, 통일’하는 구호에 대해 얘기했지만 사실 그 이전에는 ‘반공, 통일’ 이었다가 그것이 ‘승공, 통일’로 바뀌었고, 육영수여사 서거 이후에 ‘멸공, 통일’이 생겨났던 것 같다. 미술시간이면 가끔씩 반공에 관한 표어나 포스터를 그리곤 했었는데, 바른생활 책에도 뿔 달린 빨간 간첩 그림이 나왔었지. 사실 그 내용은 간첩은 우리와 똑 같이 생긴 사람이고 뿔달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반드시 책을 지은 사람의 의도대로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애. 그 .. 2008. 9. 3.
국민학교 - 10. 소백산과 남한강을 친구삼아... 봄, 가을 소풍 학교생활의 또 한가지 즐거움은 봄과 가을에 실시하는 소풍이었지. 우리는 주로 골안과 용진강으로 소풍을 갔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서서 노래를 부르며 소풍을 떠나면 동대리 조금 위쪽에 있는 용소마을과의 경계역할을 하는 느티나무 많은 지역에서 한번 쉬고 경선이네 방앗간을 지나 우측 길로 접어들어 산뱅이를 지나면 거무실이 나오지. 거무실에서는 개울가를 건너기 전에 사당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서 한번 더 쉬고나서 김석희네 집을 왼쪽으로 두고 조금 더 올라가면 골안이고, 골안에 살던 미향이네 집을 지나 약간만 올라가면 앞뒤로 높은 산과 커다란 바위가 듬성듬성 있는 개울가가 우리의 소풍터였지. 소풍장소에 도착하여 오전에는 각 학년끼리 모여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며 놀았는데 가끔은 다른 반이랑 누가 크게, 잘 부르나 .. 2008. 9. 3.